어느 저녁의 오디오 세팅

K-One AV 시청실에서 3사 수입원 연합으로 데모를 한다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저는 그 전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부터 여러 분들이 오셔서 소리를 듣고 계셨던 모양인데… 늦게 도착해서 들어봤더니 소리가 제대로 잡혀져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소리가 벙벙대고 통제가 되지 않았고 저역까지 내려가다가 말아서 동동거리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부밍은 리스닝 룸의 사이즈와 스피커의 위치에 의해서 발생되는 물리적인 현상으로 알고 있는데요… 스피커 위치와 방향은 제가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조정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요... K-One AV가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함께한 분들이 시청실의 특성을 알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힘써주셨을테지만 어쨌건 이 상태에서는 데모를 할 수는 있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여려워서 귀 밝은 동료 전문가 분들과 함께 오디오 세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세팅의 지휘는 GLV 김한규 사장님이, 저희는 의견을 제시해 보고, 힘쓰는 일은 K-One AV 직원분들과 GLV 김한규 사장님이 해주셨습니다.

여러 테스트 결과를 요약하자면 케이블 선정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스피커가 올바르게 마운팅이 되어야 하고, 파워앰프도 오디오랙에 올바르게 마운팅이 되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의 스파이크 아래에 스파이크 슈즈를 두었는데 이때는 소리가 동동거리고 저역까지 잘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스파이크 슈즈를 치우고 나서야 소리가 수월하게 저역까지 잘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파워앰프 세팅은 파워 앰프 아래에 오디오랙을 두었고 그 아래에 스파이크 슈즈를 두었습니다.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 일단 스파이크 슈즈를 치워보기로 했는데. 그랬더니 동동거리는 영향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파워앰프가 스피커를 잘 구동하지 못해서 소리가 벙벙한 것인지 룸 어쿠스틱이 문제여서 그런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을 잡아보기 위해서 베이스 트랩을 옆방에서 가져오면서 어느 정도는 보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납득할 만큼은 되지 않았습니다.
모인분들의 의견은 이런 소리를 잡기 위해서는 소스기기나 케이블의 부분에서 영향을 주어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스피커와 앰프에서 잡아야 하는 의견이었고요. 저 역시 100% 동감합니다.

생소한 오디오 랙이다 보니 감을 잡아보기 위해서 일단 파워앰프를 바닥에 내려 보기로 했습니다. 바닥에 두고 나니 파워앰프가 스피커를 잘 구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다만 바닥의 상태가 카펫이라 그런지 약간은 트랜지언트 리스폰스가 무뎌졌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파워앰프를 다시 오디오 랙에 올려두면 트랜지언트 리스폰스는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대역까지만 내려가다가 마는 것처럼 들리는 부분을 감내해야 합니다.
혹시나 다른 오디오 랙을 동원해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효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다시 원래 사용하던 오디오 랙으로 복귀를 시켜야 했는데… 문득 오디오 랙의 방향을 180도 돌려서 사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오디오랙의 프레임이 삼발이 형태이고 파워앰프의 트랜스 위치가 정 중앙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서 180도로 돌려두었을 때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고 본 것입니다.

아님 말고 정신으로 시도했는데요. 운 좋게도 결과는 좋았습니다.
오디오 랙의 방향을 다시 이전 방향으로 돌려보면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았던 방향으로 오디오 랙을 돌려두었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대형기의 장점이 잘 나오게 되네요. 더위를 식히러 방에서 잠깐 나왔는데 문을 통해서 들려나오는 아이유의 노래는 마치 문 너머 공간에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세팅을 통해서 스피커 마운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오디오 랙을 잘 사용해야 고생을 덜겠구나 하는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SB Select DAC에서 파워앰프로 직결한 시스템이라 변수가 줄어서 빠른 시간 안에 답을 찾아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DAC를 사용한 파워앰프의 직결 시스템이었더라라면 답을 찾아내는 데 도움은 되기는 커녕 오답을 내주었을텐데요)
다만 현재 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스피커 마운팅도 문제가 없는 상태이고 앰프의 마운팅에도 무리가 없어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 보니... 오늘 익힌 요령을 직접 활용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소스 기기의 마운팅 방법에 접목시킬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신제품을 데모하는 것은 준비가 철저해야 합니다. 간만에 제대로 세팅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직원분들이 남아서 열의를 가지고 임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세팅을 바꿔보자 저렇게 바꿔보자 할 때 눈치보이는 시청실도 왕왕 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녁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 집단의 경험과 직원분들의 노력이 덧붙여져서인지 데이비드 윌슨씨가 와서 세팅하고 데모했던 때보다 오늘 소리가 훨씬 더 좋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자문료를 청구해야 할까 봅니다. ㅎㅎ
실은 그 당시보다 소스기기의 수준이 어마무시하게 좋아진 것도 더 좋은 소리가 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 다고스티노 파워앰프와 윌슨 오디오 알렉스 스피커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시청실에 다녀오고 나서 스피커의 스파이크를 바로 바닥에 박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헛된 상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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