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롬슈테트 베토벤 교향곡 9번 공연실황 공연, 연주에 대한 생각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에서 계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를 맡고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5번 교향곡 공연 실황 블루레이 타이틀을 보고 감명을 받아 다른 연주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품절이 되어 오래 기다려야 했던 베토벤 교향곡 9번 공연실황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2015년 12월 3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콘서트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연주에 좋은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5번 교향곡 때 느꼈던 감명을 받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 느슨하다고 할까 나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개선시키기 위해 시도한 여러가지 조치가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이 제대로 소리나게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제대로 재생시켜보고 싶은 타이틀로 꼽아두었던 것이어서 다시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예전에 받은 인상과 달랐습니다.

악기군의 파트마다 음악을 밀고 잡아당겨주는 것이 잘 느껴집니다. 이런 연주는 오케스트러 단원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듣고 그에 반응했을 때 나올 수 있을 때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음악에서는 그런 식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음악에서 그런 식으로 연주하는 것은 어려워서 보통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많은 지휘자들은 1개의 CPU로 수십, 수백개의 드론을 조종하듯이 오케스트러 단원을 사전프로그램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매우 심한 경우는 강압적인 스타일로 단원을 통제하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방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마치 치약을 눌러 짜내는 것처럼 음악을 뽑아내려고 합니다.
블롬슈테트가 의도하고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가 자발적으로 만들어가고 소리를 피워나가는 연주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매혹시켰던 새들의 군집비행을 연상케 합니다: "그건 새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300 마리의 새들이 눈에 보이는 지도자 없이 공통의 의지에 이끌려가는 방법은 늘 절 사로잡았어요. 새들의 동작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아주 아름답게 보이죠." (source: Herbert Von Karajan - A Film by Gernot Friedel. 베토벤 합창 교향곡 리허설 후 인터뷰)

블롬슈테트가 기획하고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로 구현한 베토벤 합창은 오케스트러 단원 개개인의 음악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해서 음악을 피워내고 있기에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그래서 더 음악에 감동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러 단원의 실력을 믿고 이런 음악을 기획한 블롬슈테트의 역량에 놀라게 되고 이런 주문을 소화해 낸 오케스트러 단원의 음악적인 역량에도 놀라게 됩니다. 독일인으로 살아오면서 저절로 체화되고 스며든 된 문화적 전통이 녹아 있어야 소화해 낼 수 있을런지? 추정컨대 아마도 오케스트러 단원은 이날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두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블롬슈테트가 시도한 접근 방식을 가진 연주만이 이 곡을 접근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여러 음악가들은 그밖의 다양한 접근방법으로도 훌륭한 명연을 남기고 있고 남기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런 각각의 접근방법에 경의를 가지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멑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의 재생수준이 충분히 하이엔드급이 되지 않으면 이런 좋은 연주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재생 수준이 떨어져서 디테일을 충분하게 표현해 낼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이 연주는 느슨하게 느껴질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에서라면 오히려 정반대로 통상적인 연주스타일이라거나 좀 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연주한 경우가 좀 더 꽉 채워진 것 같고 열기에 찬 연주처럼 느껴져서 좋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의 파라독스 같은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오랜시간동안 오디오의 재생능력을 향상시켜보려고 노력해오고 있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하고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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