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언스 Au 24 SE 스피커 케이블 짧은 리뷰/인상

오디오를 하다 보면 처음에 좋은 것이라고 여기고 투입한 제품도 이런 저런 업그레이드 하다 보면 (또는 매칭을 통해서 잘 맞지 않는 것을 잘 맞는 것으로 갈아끼우는 과정을 겪다 보면) 어느순간엔가 그 제품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도입 당시의 판단이 틀렸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어리석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잘 해도 그럴수 있습니다.
과거에 도입한 시점에는 제품의 한계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충분하지 않거나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보완이 되어 이제는 제품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게된 것이니까요. 그러니 자신의 과거 선택에 대해서 자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2016년에 MSB Signature DAC V를 도입하고 그 이후에 프리앰프 없이 파워앰프에 직결하게 되고 나면서 음악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에 이런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괴상한 시도를 통해서 브라이스턴 BDP-2의 성능까지 높은 상태로 만들고 난 후,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클라세 CA-M300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도입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한계는 케이블로 인한 것들로 추정됩니다.

케이블은 정말 다양한 타입이 개발되어 있는데 개개의 제품마다 완성도의 차이가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빠른 시간에 답을 찾기는 정말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래서 이걸 다시 재정비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지인이 집으로 들고온 파워 케이블과 인터커넥트와 스피커 케이블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어떤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할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파워 케이블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스피커 케이블은 그에 비해서 덜 민감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스피커 케이블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스피커와 파워앰프가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파워 케이블이 실력을 발휘한다해도 힘빠진 소리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음악재생 규모를 결정짓는데 있어서 스피커와 파워앰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스피커를 마운팅하는 스파이크 관련 품목, 앰프를 마운팅하는 오디오 랙과 더불어 스피커 케이블도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단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넘어간 상태에서 파워 케이블을 손보고 전력에 난리를 쳐대봤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봐야겠습니다.

지인이 들고왔던 스피커 케이블은 오디언스 Conductor라는 제품이었는데 얄팍한 굵기이고 낮은 가격대의 제품임에도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소리를 내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오디오퀘스트 지브랄타 바이와이어링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에 비하면 청소년기에나 해당하는 규모밖에는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디언스의 신형 제품인 SX는 Conductor와는 다른 소리가 났습니다. 실텍 스피커 케이블처럼 평안하게 만드는 소리를 내줬습니다. 80세 이상의 노년기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저와는 완전 취향이 맞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제가 도입을 고려한 제품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Audience Au 24SE 스피커 케이블인데... 한 가지 찜찜한 점이 있었습니다. 스테레오파일에서는 Au 24E 까지만 추천목록에 들어갔다가 SE버전 부터는 추천목록에도 끼이지 못했고 24E 버전도 소리가 warm하다는 이유로 떨려나갔기 때문입니니다. 그래도 Soundstage Ultra의 수석 리뷰어 Doug Blackburn의 리뷰를 믿고 도입해 보기로 했습니다.


양쪽이 모두 스페이드 단자로 처리되어 있는 싱글 와이어링 중고(민트급)제품이었는데, 처음에 스피커에 연결할 때는 바이와이어링 점퍼 핀 아래쪽에 연결했더니 무른 소리가 나서 당황했습니다. Doug Blackburn을 잠시 원망했습니다. 연결방법에 조심해야 할 점이 있을지도 몰라 점퍼핀 위에 연결해 봤습니다. 그러자 무른 소리가 줄어들어서 약간 안도가 되기는 하네요. 하지만 오디오퀘스트 지브랄타 싱글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처럼 신랄하고 무게감 있는 느낌과는 달리 산뜻하고 가벼운 소리를 즐기기 위한 제품처럼 들렸고, 예전에 제가 오디언스 Conductor에서 느꼈던 것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문득 레벨 스튜디오2 매뉴얼에서 싱글와이어링 연결시 추천하는 단자가 설명되어 있던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매뉴얼에서 추천한 대로 레벨 스튜디오2의 Treble 단자에 연결했습니다.

울랄라! 제대로 소리가 나와줍니다. 부드럽고 디테일이 풍부하면서도 단단함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디오퀘스트 지브랄타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한 경우에는 팍팍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이 메이는 수준까지는 아닌) 오디언스 Au 24 SE 스피커 케이블에서는 그런 부분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메조 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의 소리는 뻑뻑함이 줄어들고 풍부함이 생겼고 좀 더 육성의 느낌이 잘 느껴집니다.
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가 부른 슈베르트 가곡은 소리가 감아졌다가 머물렀다가 이윽고 풀어져 사라지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내가 여기서 소리를 쐈어 하는 식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디테일한 신호를 손상 없이 충실하게 재현해 주었습니다.
오디언스 Au 24 SE는 대역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매우 깊은 저역에서부터 마지막 옥타브까지 막힘 없이 내주고, 음악이 격정적일 때도 거칠어지지 않고, 미세한 신호에서도 다이나믹 콘트라스트를 잘 표현해 내며, 디테일하고 충실하게 내주면서도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오디오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케이블이 아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처리해 내어 음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도록 해주는 자연스러움이 이 제품의 큰 미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후로 몇 주일간 다양한 음악을 재생해 보고 있지만 제품에 대해 느낀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로서는 오디언스 Au 24 SE 스피커 케이블이 매우 이상적인 스피커 케이블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제품의 가녀린 생김새나 가격 포지셔닝 등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오디언스 Au 24 SE 스피커 케이블의 성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오디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가려 주고 듣기 좋게 꾸며주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단점을 가려내 줄 수 있어서) 오디오 주인이 이 제품을 잘못 판단 하거나 불편해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가령 고급 오디오 제품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한 오디오 애호가가 기대를 가지고 이 제품을 들였는데... 기대했던 용비어천가는 나오지 않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폭로한다면 새로 도입한 케이블이 이쁘게 보이기는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일 것 같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고급 제품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케이블 리뷰어를 욕하는 것이 쉽겠죠...
그렇다고 충분히 좋지 못한 오디오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 애호가가 이 제품을 들여서 이상한 소리를 노출하게 된다면 추가로 돈을 쓰게 만드는 케이블을 도입해서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었다며 한숨 쉴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스노비즘에 빠져 있지 않은 현명한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는 레퍼런스 제품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랬든 저랬든 일단 경험해 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모르고 있던 신세계에 눈을 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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