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웨스트월드 시즌1 영화에 대한 생각

왕좌의 게임을 만든 HBO가 내놓은 신작 미드 웨스트월드. 마이클 크라이튼이 각본을 쓰고 감독했던 1973년 영화 웨스트월드가 원작이라고 합니다. 웨스트월드 테마파크에는 호스트로 불리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각기 짜여진 각본 아래에 따라 활동을 하며 관객을 꼬드겨 모험을 하게 하곤 합니다. 호스트의 반응이 허술하면 손님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호스트의 반응을 사람에 가깝게 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이고 그런 일은 포드 박사 (앤소니 홉킨스)와 버나드의 팀이 맡습니다.

포드 박사와 버나드가 이룩했던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느정도냐면 호스트들은 자신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본 안에서 반응하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자신의 기분에 의해서 반응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할 정도 입니다. 이를 위해서 호스트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의식레벨에 주입하여 고통받게 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포드 박사팀은 궁극적으로 자의식이 생기게 되는 수준까지도 고려하고 있었던 걸로 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팀 사이에 심각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테마파크에 호스트를 사용하게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서도 심각한 논쟁이 있었던 걸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째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신들 사이의 의견대립과 심각한 갈등을 가져온 사안을 연상케 합니다. 대부분의 신은 사람을 만든 이유가 신들의 고된 노동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람에게는 지식-성과 자손생식 능력 또는 신의 유전형질?-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엔키는 사람에게도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의견 대립이 있었고, 엔키는 다른 신들 몰래 사람에게 지식을 주어 자손을 퍼뜨리게 했다고 하죠.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유사한 부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불을 주는 프로메테우스와 불을 빼앗아가는 제우스가 대립했습니다.)

어쨌거나 호스트의 반응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한 버나드의 업데이트 이후 호스트들이 차츰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되자 회사 경영진이 난리가 납니다. 경영진은 쓸데 없는 기능을 만들었다고 폄하하고 포드 박사와 버나드에게 문제가 된 업데이트를 삭제하고 이전 버전으로 되돌려 두라고 압박하지만 포드 박사는 이런저런 이유와 수단으로 방어합니다. 경영진은 차츰 안달이 나기 시작하고 포드 박사 모르게 대응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드라마 속 시간은 호스트가 인식하는 시간에 따라 흐르게 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시간순으로 나열이 되지 않았고 인과관계도 똑같지 않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관리팀이 매일매일 죽어나가는 호스트에게 죽음을 마주하는 공포와 아픈 기억을 깨끗이 지워내고 디폴트 상태로 만들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버나드 버전 업데이트의 영향에 의해서 무의식 수준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뒤죽박죽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뒤틀린 시간과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에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설정은 불친절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인간의 의식을 표현해내려고 한 의도를 생각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웨스트월드 시즌1에는 폭력적인 영상이 너무 자주 등장하고 표현 수위도 높습니다. 그래서 고어한 영화나 드라마를 싫어하는 분에게는 시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격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볼만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웨스트월드에는 숨겨진 철학이 있어 보는 사람마다 다른 면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는 '매트릭스'(1999) 와도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매트릭스 때처럼 영화에 영감을 받은 논문집(매트릭스로 철학하기, 한문화 출판사)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현재 웨스트 월드 시즌 2가 방영중이라고 하고, 시즌 3도 나올 예정인가 봅니다.
웨스트월드 시즌 1을 보고 있을 때 마침 공각기동대 시즌2에 해당하는 SAC 2nd GIG를 보고 있어서 메이즈와 쿠제가 묘하게 닮은 면이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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