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아이솔레이션의 적용 순서에 대해서

스피커에 진동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Disc of Silence HD를 적용해서 의도한 것 이상의 소득을 발견할 수 있었고 파워앰프에까지 Disc of Silence를 적용하고 나서는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의 틀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오디오쟁이로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오를 제대로 운용해보려면 반드시 클리어해야 하는 굵직한 대상이 있습니다. 전기 퀄리티 확보, 제품 마운팅의 적절성, 전기적인 매칭(전기적인 용어로는 impedance bridging), 케이블 선택(차폐, 임피던스, 진동의 종합예술), 룸 어쿠스틱 처리 등. 그런데 전체 클리어해야 할 대상 중에서 제품 마운팅을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다른 시도를 다 해보고 난 이후로 미뤄두는 것이 유리한 것일까요?
물론 오디오의 세계에서 이런 각각의 주제를 뛰어넘는 더 큰 프라임 원칙(이 모든 중요한 요소들이 전부 다 잘 되고 나서야만 완전하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오디오라는)이 존재하므로 이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긴 합니다만...

며칠이 지나고 나서 그 의문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 일의 발단은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파워앰프에 Solid Tech Disc of Silence를 적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어 마찬가지로)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아캄 FMJ AVR750 AV리시버에도 Solid Tech IsoBlack을 괴어두는 위치를 변경해보기로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캄 FMJ AVR750 AV리시버의 좌측 전면부쪽에 트랜스가 자리잡고 있어서 IsoBlack을 적용할 때는 앞쪽 IsoBlack에 스프링을 5개 사용하고 나머지 세군데에는 스프링을 3개씩 적용해 두고 사용했었는데요... 이랬던 것을 파워앰프에 적용해서 효과를 보았던 것처럼 IsoBlack의 위치를 조정해 준 것입니다. 무게가 쏠려있는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가상의 상하 선분과 좌우 선분을 그어 제품의 양 옆면과 앞뒤면에 절반만 걸치도록 IsoBlack 위치를 조정한 것.

IsoBlack이 가장 효과적으로 동작하려면 위아래 디스크 사이의 틈이 1~3mm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스프링의 갯수도 조정이 필요하네요.
트랜스포머에서 가장 가까운 2개의 IsoBlack에는 스프링 3개를 사용했고요, 나머지 2개는 스프링 3개와 기본 스프링의 텐션을 절반으로 줄인 여벌의 스프링 1개씩을 추가해서 중심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Solid Tech IsoBlack 1세트를 구입하면 위 아래 디스크 샌드위치 사이에 기본 스프링 3개씩으로 체결되어 있는 Iso Black이 4개 들어 있고, 기본 스프링의 텐션 절반에 해당하는 여벌의 스프링이 2개가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자 아캄 FMJ AVR750 AV리시버에 숨겨져 있던 디테일이 표현됩니다. 이전 위치에서 스프링의 텐션 강도를 늘려서 진동을 아이솔레이션한 것에 비해서 디테일이 더 제대로 재현되는군요. IsoBlack의 스프링 텐션을 조절하는 것 보다는 IsoBlack의 위치 선정이 더 중요한 모양입니다. Disc of Silence나 Feet of Silence같은 제품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요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Solid Tech에서 제공한 매뉴얼에 트랜스포머에 가까운 위치에 두라는 설치 팁이 있는게 다 이유가 있어서인것 같습니다.
르노 카푸숑과 프랭크 브레에일리가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얼린 소나타 CD를 오포 UDP-205 플레이어의 HDMI 출력과 소니 DLC-9150ES HDMI 케이블과 아캄 FMJ AVR750 AV리시버의 조합으로 재생해서 이처럼 풍부하고 밸런스가 잘 잡히고 타이밍이 잘 맞는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니 감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디테일이 제대로 재현되다 보니 이전에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던 부분들도 문제 수면위로 떠오르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오포 UDP-205와 아캄 FMJ AVR-750를 사용하고 TV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는 풍부하고 밸런스가 잘 잡히고 타이밍이 잘 맞는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TV를 켜는 순간부터는 소리가 납작해지고 얇아지네요.
TV에 전기를 연결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이부분까지도 개선시키려고 했고, 만족할 수준까지는 못되어도 나름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해 두기는 했으나... 그 이후로 개선이 많이 되어 이제는 이전에 해둔 조치의 한계가 드러나게 된 모양입니다.
미처 해결해 주지 못했던 부분이니 이 부분도 정공법으로 다뤄서 해결해 주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자 진동 아이솔레이션의 순서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얘기하는게 가능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동 아이솔레이션이 제대로 동작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는 않게 될 것 같아 보이네요.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스피커나 앰프의 마운팅이 엉성한 상태에서 케이블이나 매칭에 열을 올리면 효과가 적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많은 오디오쟁이들이 제품의 마운팅으로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을 케이블로 해결해 보려다가 가지 말아야 할 길까지 가서 헛돈을 쓰고 허송세월하게 되는 경우(제한된 예산안에서 좀 더 개선 효과가 큰 곳에 돈을 들이면 개선 효과가 높을테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곳에 너무 많은 비용을 탕진해서 개선속도가 느려지게 되는...)도 엄청 많겠다는 경각심이 들기도 합니다.

Disc of Silence의 효과를 보고 갑자기 들었던 궁금증은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거다 하고 명쾌하게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을 수 밖에 없네요. 그래서 오디오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 말이 맞니 저말이 틀리니 하며 항상 시끌시끌하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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