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4K UHD HD 공연, 연주에 대한 생각

독일의 콘텐츠 제작업체 Busch Media에서 내놓은 4K UHD 공연물입니다. 2016년 63회를 맞는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투란도트 실황입니다.
호숫가 공연장에서 열린 야외공연이어서 오케스트러의 사운드는 공연장에서의 풍성한 녹음만 하지 못하지만 성악가에는 마이크를 채워서 노래에 대해서만큼은 녹음상 문제는 없습니다.

공연물을 구매하기 전에 구매해도 좋을지 몰라서 유튜브의 공연 영상을 살펴봤는데...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발매된 지 몇달 지났지만 계속 우물쭈물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네요. UHD 영상물의 영상이 좋고 극의 흐름과 대사 성악가의 감정과 일치하도록 앵글 구성이 잘 되었고 성악가의 감정선 표현이 뛰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름난 성악가는 없었는데 다들 이렇게 잘할줄이야.

이 오페라의 강력한 빌런, 투란도트 역을 맡은 레베카 로카의 광기어린 어마어마한 독기와 파워가 놀라웠고,
이에 대항하는 히어로, 칼리프 왕자 역을 맡은 루디 박은 압박감과 두려움을 없이 엄청난 난관을 정면으로 돌관하는 박력을 보여줍니다. 그 엄청난 성량이란.
루디 박의 성량이 너무 크고 강력하기 때문에 음악재생 수준이 떨어지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재생하면 노래하는 게 아니라 '음정에 맞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 재생 시스템의 성능이 향상되어 엄청난 성량을 감당할 수 있게 되면 시끄럽다는 느낌이 아닌 거침없는 박력에 압도당한다는 느낌으로 바뀌게 됩니다.

투란도트 오페라에서 투란도트에게는 좋은 아리아가 없기 때문에 배역이 돋보이기는 어렵습니다. 캐릭터의 정신세계도 납득하기 어렵고요. 그에 반해서 류는 감정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나 강렬한 아리아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타적인 캐릭터여서 류가 돋보이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류를 맡은 프란체스카 카펠레티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소화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루디 박의 박력과 집중력이 워낙 강력했고 레베카 로카의 장악력과 무대/의상 프로덕션과 카메라 감독의 역량이 워낙 뛰어나서 칼라프와 투란도트 사이의 드라마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공연에서만큼 류는 그저 미친 듯 흘러가는 막장 스토리에서 감정선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만드는 장치같은 역할로만 느껴지게 될 정도였습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공연과 프로덕션과 기술적인 우수성까지 어우러진 공연물 실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물을 제대로 재생하는 것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어려운 도전과제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녹록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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